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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들리지 않던 베토벤, 그럼에도 대작을 작곡한 방법은?

by 클래식은 영원하다 202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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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 9번을 지휘하는 베토벤의 모습
교향곡 9번을 지휘하는 베토벤의 모습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그는 30대 초반부터 청력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완전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많은 명곡을 작곡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음악가가 어떻게 심오한 음악을 창작할 수 있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베토벤의 청각장애 과정, 그가 작곡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그의 음악에 담긴 감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베토벤의 청각장애,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1) 청력을 잃어가는 젊은 천재

베토벤은 1770년 독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는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영향을 받으며 피아노 연주자로 명성을 쌓았지만, 26세 무렵부터 청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처음에는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증상(이명, tinnitus)이 나타났습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고음이 들리지 않게 되었고, 점점 난청이 심해졌습니다.
  • 결국 40대가 되던 무렵에는 완전히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2) 절망 속에서 탄생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어가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1802년, 빈 근교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adt)라는 곳에서 유서를 씁니다.

그 유서에서 그는 "내가 청력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사람들을 피해야만 했다."라고 절망을 토로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하며, 이후 더욱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2. 소리를 듣지 못한 베토벤, 그는 어떻게 작곡했을까?

(1) 손끝으로 소리를 느끼다 – 피아노 공명판 기법

베토벤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소리를 듣는 대신, 진동을 느끼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 그는 피아노의 공명판(소리를 울리는 부분)에 나무 막대를 붙여 놓고, 이를 치아나 턱에 대고 연주했습니다.
  • 이를 통해 소리가 울리는 진동을 몸으로 감지하며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 마치 우리가 저음의 강한 베이스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였습니다.

(2) 머릿속에서 음악을 구상하는 ‘내면 청각’

베토벤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풍부한 음악적 지식과 작곡 기법을 익혀 두었습니다. 청력을 잃었을 때, 그는 머릿속에서 소리를 상상하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그는 음의 높낮이와 화음을 머릿속에서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 새로운 악보를 쓸 때, 단 한 번도 피아노로 소리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 오로지 자신의 기억과 상상력만으로 모든 악기의 소리를 조합해 작곡했습니다.

(3) 특수한 작곡 노트 사용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이후에도 작곡을 지속할 수 있도록 특별한 노트를 사용했습니다.

  • 그는 작곡 노트에 각 악기의 소리를 철저하게 기록하며 작업했습니다.
  • 기존 악보와 비교하며 어떤 화음이 어울리는지 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 이는 그가 철저한 계산과 논리를 바탕으로 작곡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3.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탄생한 명곡들

(1) ‘운명 교향곡(교향곡 5번)’ – 운명을 두드리는 소리

베토벤이 청각장애를 겪으며 작곡한 대표적인 곡 중 하나가 바로 ‘운명 교향곡(교향곡 5번)’입니다. 이 곡의 첫 부분은 "빰 빰 빰 밤!" 하는 강렬한 4개의 음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마치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2) ‘월광 소나타’ – 청각을 잃어가는 슬픔

1801년에 작곡된 ‘월광 소나타’는 베토벤이 청각장애의 고통을 겪으며 탄생한 작품입니다. 첫 악장의 조용하고 몽환적인 선율은 마치 고요한 달빛 아래에서 흐르는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3) ‘합창 교향곡(교향곡 9번)’ – 인류애와 희망의 찬가

베토벤이 완전히 청력을 잃은 후 작곡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합창 교향곡(교향곡 9번)’입니다. 이 곡의 마지막 악장에는 ‘환희의 송가(Ode to Joy)’가 등장하며, 이는 오늘날 유럽연합(EU)의 공식 찬가로도 사용됩니다.

놀랍게도 베토벤은 이 곡을 지휘하면서도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수천 명의 관객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곡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해집니다.

[결론] 베토벤, 음악이 멈추지 않은 이유

베토벤은 청력을 잃었지만, 그의 음악적 열정과 창의성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손끝으로 진동을 느끼고, 머릿속에서 음악을 조합하며,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작곡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청각장애를 극복하고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을 남긴 작곡가로 기억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그의 교향곡을 들을 때, 단순한 음악을 넘어 삶의 역경을 극복한 위대한 인간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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